기러기 아빠에 관한 노바님의 글

2012.03.22 21:58

mumunsaadmin 조회 수:17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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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80
제목 : 기러기 아빠에 관한 노바님의 글
이름 : 오대호()
등록일 : 2004년 02월 18일    조회수 :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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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어느 기러기 아빠의 죽음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힘이 하나도 없게 느껴졌다.
"유니네가~~" "뭐, 유니네가 어쨌는데?"
순간 머리속에는 "바람피웠나? 이혼했나?"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유니네 아빠가 돌아가셨데, 흐흐흐..."

머리가 띵해졌다.
우리집 근처에 잠시 살았지만 한번도 남편끼리는 만나보지 못한 유니네 아빠다.
서로 내성적인 성질이라서 먼저 만나보자고 말하지 못하였나보다.

우리식구가 미국으로 이민온 후에 유니네는 이곳으로 왔다.
한국의 회계법인에 있다가 미국회사에 합병되었고,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몇대독자 유니의 청에 미국본사쪽으로 옮겨왔었다.
그리고 회사스폰서로 영주권을 2년만에 받았고, 직후에 그는 한국에 가서 개인컨설팅회사를 차렸다. 그다음엔 모그룹에 이사대우로 영입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게 2년도 안되었다.

일년에 한두번씩 이곳에 와서 가족들과 몇일 지내다가는 다시 한국으로 갔다.
회사에서 내어준 아파트에 가정사정상 부모님과 시집간 동생네까지 모여 살았단다.
그리고 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까지 생활비를 보내주었고...
유니네 엄마는 "떨어져 살아서 그렇지 돈걱정은 이제 없어요.."라며 말하곤 했단다.

지난번 연말에 다시 이곳에 잠시 나와서 식구들과 골프도 치러가고는 했다는 말은 들었는데,
우리집사람이 유니네엄마한테 전화를 걸어보니, 한국에 들어갔다는 말만 들은게 지난 설날 근처였다.

오늘 아침에 한참만에 유니네 엄마의 전화를 받은 아내는 한시간 내내 울면서 전화를 했단다.
이곳에서 골프를 치면서 등쪽이 결린다고 몇번 그랬고, 병원가지 싫어하는 남편을 진찰이나 받아보자고 한국을 함께 들어갔는데, 위암말기 판정을 받고 수술한지 보름만에 운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매년 회사의 건강진단도 받았는데, 어떻게 된것인지...

작년에 코넬대학에 입학한 딸과 고3인 아들이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기 위해 귀국한 다음날 유니아빠는 세상을 떠났답니다. 아직도 어린 아들에게 가장의 위치를 넘겨준채...

우리집사람처럼 한번도 직업을 가져본적이 없는 유니네 엄마가 어떻게 살아갈것인지 참으로 딱하기 그지없다. 회사에서 나온 돈으로 시부모님 전세집을 장만해드리고, 남편의 유해는 화장해서 절에 모셨단다. 생전에 화장은 싫다고 말하던 남편이였지만 나중에 미국으로 옮겨오기 위해서...

미국집으로 돌아오니 옷걸이에 아직도 남편의 온기와 체취가 그대로 있는 잠바가 걸려있어서, 남편의 향기기 날아갈까 두려워서 비닐에 싸 놓았단다.

평상시 집에서도 추리닝차림이 아닌 정장을 입고 있을 정도로 반듯하게 살아온 유니아빠.
그만큼 가슴속에 엉어리진 아픔이 많았나 봅니다.

먼 남의 얘기로만 들어오던 기러기아빠의 갑작스런 죽음을 전해들어면서,
다시한번더 가족에 대한 사랑과 건강을 생각해 봅니다.

건강하세요. 그리고
사랑하세요. 더 늦기전에...

유니아빠의 영전에 삼가 조의를 드립니다.


맑고 향기롭게
노바 
  게시일자 : 2004/02/17 07: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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