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2012.03.22 22:25

mumunsaadmin 조회 수:17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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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176
제목 : 시행착오
이름 : 각산()
등록일 : 2006년 03월 05일    조회수 :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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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인생 태반은 시행착오의 인생일 것이다.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인생을 계획적으로 살아온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도 무계획으로 살고 있다.  나는 지금 미국 미시간주에 살고 있지만 이것은 완전히 착오에 의해서 이곳까지 와 살게 된 것이다.  착오에 의해 살아온 인생은 성공하기 보다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내 인생도 성공이라기보다는 실패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이라도 남은 생을 계획하고 싶어진다.

사람이 똑똑하고 잘났다 해서 다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자기 앞을 계획하는 사람은 성공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 계획이 성취하기에 어려운 것 같지만 확고한 신념으로 살아온 사람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목적을 성취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목적을 세우고 착실히 실행해 가면 별 어려운 것도 없지만 많은 사람들은 목적 없이 그저 살아지는 데로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 중 중요한 몫을 하는 것이 가정교육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아무리 자식들에게 가르치려고 애를 썼지만 내 스스로가 실천을 못하고 입으로만 한 셈이 되어 설득력을 잃고 말았다.  비록 그 가르침이 옳았다 해도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나는 어릴 때 아무도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한다고 가르침을 받은 기억이 없다.  부친은 내가 어릴 때 돌아가시고 어머님은 우리가 그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것 이외에는 바라신적이 없으셨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어머님의 소원을 이루었는지도 모른다.  아마 우리 모친은 이생의 성공은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셨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내 나이 칠십이 넘어 돌이켜 보면 이 시점에서 그것만을 성공이라고 하기에는 미진한 감이 있다.  이제와 내가 발견한 것은 내 인생은 착오의 반복이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사연이 많았지만 착오의 실례를 몇 가지 들어보기로 한다.
어릴 때부터 대학을 졸업해 결혼하고 군대를 제대할 때까지는 순조롭게 갔다.  원래 넉넉한 집안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도 돈을 많이 벌어 잘 쓰는 것은 물론이고 나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많이 베풀기를 원했다.  그래서 군대를 나온 후 잠시 무역회사에 몸을 두게 되었는데 시작이 좋았고 장래가 밝아 보였다.  나는 그 생활 자체가 흥미로웠고 앞으로 돈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 좋다고 생각했는데 집사람은 그런 생활을 아주 싫어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생활을 접고 한국을 떠났다.  나를 떠나보내던 상사는 나를 바보라고 했다.  잘 먹고 잘사는 날이 바로 코앞에 다가 오고 있는데 바보같이 그것을 버리고 먼 길로 돌아간다고 비난했다.  집사람은 부자가 되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장사하는 일은 그만 두라고 했다.  나도 부자가 못되더라도 마누라에게 바가지 긁히우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작정하고 고국을 떠났다.  그것이 나에게는 첫 번째 착오였다.

일본에서 몇 년 머물다가 한국에 돌아갈 계획을 했고, 돌아가서 할 일도 생각해 두었다.  그러나 마누라는 그것이 너무나 허황한 계획이라고 완강히 반대하므로 실천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 당시는 일본에 한국 정부의 대사관이 없었고 대표부라는 것이 있어 영사업무를 접수만 할 뿐 모든 민원서류는 서울로 보내 결재 후 회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나의 미국행에 관한 여권 수속을 본국에서 회신이 오면 후결 하기로 하고 현지 영사가 여권의 필요한 절차를 미리 처리해 주어 나는 무사히 미국으로 들어왔으나 나중에 여권 서류가 외무부에서 부결되어 버렸다.  그런데 미국에서 영주권을 받은 다음해 외무부에서 나의 미국 장기 체류 허가가 나왔다.  국가에 돈이 없어 소환할 것 까지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동경 하네다 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할 때 육감적으로 이것이 착오임을 느꼈다.  미국에 와서 보니 더더구나 잘못임을 깨닫고 일주일 후에 귀국하려고 했으나 집사람이 자기가 와서 도울 터이니 그냥 있으라고 간곡히 바라는 바람에 그냥 주저앉았다.  그것이 두 번째 착오였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회사에서 일을 했는데 그곳을 떠나 시애틀로 이사를 갔다.  그때 직장상관이 한사코 말렸다.  이 회사가 싫으면 샌프란시스코의 다른 회사를 알선 해 줄테니 제발 이곳을 떠나지 말라고 했다.  이 지역은 미국 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살기를 선호하는 곳인데 왜 하필 비가 많이 내리는 시애틀로 간다는 건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면서 말렸으나 거절하고 떠났다.  이것이 나의 세 번째 착오였다.

그러다가 또다시 미시간주로 이사를 갔다.  그 후 어느 미국 잡지를 보니 미국에서 살기 좋은 곳으로 시애틀이 뽑혔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미시간으로 이사 가는 것을 말렸다.  그러나 나는 미국 어디로 가도 내 고향이 아니고 친지나 연고도 없는 곳이라 그리 마음 쓰지 아니했다. 어디나 타향인데 무슨 다름이 있으랴 생각했다.  이것은 나의 네 번째 착오였다.  이사 다니는 것만 착오를 범한 것이 아니고 이것저것 크고 작은 일에 착오는 많다.  아마 똑똑하지 못해서 저지른 실수일 것이다.  누가 뭐래도 나는 너무 무지 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시애틀에 되돌아가고 싶고 샌프란시스코에도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미시간에 비해 서부해안지방은 집값이 너무 비싸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얼마 전 한국 고향 친구에게 고향에 살러 가고 싶다했더니 그 친구 말이 고향에 돌아오고 싶으면 돈을 많이 가져와서 친구들이나 친지들에게 나눠 주거나 많은 도움을 줄 정도가 돼야지 그렇지 않으면 고향에 돌아와도 아무도 환영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러니 이제는 어쩔 수 없게 되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착오를 연발했기 때문에 이런 내 인생을 낳게 된 것이다.

아마도 내가 확실한 인생의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밀고 나갔다면 인생을 더 멋지게 성공시켰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나도 처음에는 계획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신념이 약해 흔들리고 말았다.  좋은 집안에 태어나는 것, 좋은 선생이나 선배 그리고 좋은 지인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른 생각을 하고 바른 원을 세우고 강한 집착력과 신념을 갖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인생을 목적 없이 사는 것은 열이면 열 다가 실패하기 마련이다.  인생에 착오는 없을 수 없지만 나같이 착오를 많이 되풀이 하는 사람은 생이 고달프다.  사람의 능력이 성공에 미치는 힘은 크지만 그보다는 계획과 결단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비교적 계획은 생각한 것보다는 어렵지 않게 이루어지는 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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