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었다 하지 마라

2012.03.22 22:21

mumunsaadmin 조회 수:17527


=====================================================================================
=====================================================================================
번호 : 162
제목 : 늙었다 하지 마라
이름 : 각산()
등록일 : 2005년 10월 04일    조회수 : 120
-------------------------------------------------------------------------------------
나이가 얼마가 되어야 늙었다고 할까?
종종 나는 내 자신이 늙었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나는 이 말을 쓰지 않기로 했다.

캘리포니아의 팜 스프링스라는 곳에 우리 콘도가 하나 있어서 매년 삼월 초면 그곳에 가서 쉬었다 오곤 한다.  도시는 작지만 배우들의 별장이 많고 골프장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며 온천도 많다.  이 작은 마을에 포리스(Follies)라는 극장이 있는데 한 극단이 매일 공연을 한다.  꽤 이름이 있는 모양인지 늘 만원이다.  하루는 친구들과 그곳에 쇼를 보러 갔다.  여느 때와 같이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많은 예쁜 여자들이 곱게 단장하고 춤을 추든지 노래를 하든지 하고 남자들은 악기를 연주하거나 만담을 한다.  처음에는 안내장도 읽지 않고 아무 사전지식 없이 입장했다.  그런데 공연도중에 느낀 것이 여자연기자들의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것이었다.  대부분 춤추는 여자 연기자들은 젊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인데 말이다.

공연이 한창 무르 익어갈 즈음에서 연기자들이 춤을 추며 각자 자기소개를 한다.  이때에 놀랄만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연소 연기자의 나이가 육십에서 최고령 연기자의 나이는 무려 여든 다섯 살이라는 것이다.  무대에서 화장을 하고 보니 얼굴이 늙은 것은 알아 볼 수 없고 몸  맵시며 발을 머리 위까지 차올리는 것을 보니 도저히 나이를 분간 할 수가 없었다.  이들은 왕년에 허리우드, 뉴욕, 브로드웨이 또는 라스베가스 등지에서 가수, 배우 혹은 모델로 활약하던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이곳에 모여들어 즐기며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손자가 몇이고 증손자가 몇 이라는 등 자랑을 한다.  물론 관객들도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 많았다.  여행객과 인근 마을 사람들 그리고 멀리서 버스를 대절해서 함께 온 노인회 회원들이다.  다시 말하면 노인들에 의한 노인들을 위한 쇼 단인 것이다.  나중에 자세히 보니 안내자며 사회자도 다 노인이었다.  그러나 공연 중에는 배우들이나 관객들 모두 노인들이라는 기분은 전혀 없었고 그저 젊은 마음, 즐거운 마음 뿐 이었다.

연기가 끝나고 나오는데 연기자들이 문 앞에서 악수를 하고 전송을 했다.  자세히 보니 피부가 많이 주름진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연기에 압도되어 늙은 것은 전혀 인식 못했다.  비록 연기자들이 나이는 먹었어도 연기에는 늙음이 아닌 노련함만 보인 것이다.  참으로 이상하게 그때부터 나는 늙지 않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늙었다고 할 명분을 잃고 말았다.  얼마나 늙었느냐가 문제가 아니고 얼마나 젊게 사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한 직장에 오랜 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해서 퇴직금으로 편히 사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또 한편으로는 일찍이 직장을 떠나 너무 나이 들기 전에 남은 생을 보다 더 오랜 기간 활동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설계하며 보람 있게 살아가는 사람도 본다.  나이가 들면 몸이 약해지는 것이 보통이나 그렇게 할 일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몸도 약해질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적어도 나이 때문에 할 일을 못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늙어 지려고 애를 쓰는 것뿐인 듯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늙은이에게는 아직도 늙음은 먼 이야기가 아닐까?

내주위에도 그런 예가 있다.  우리 고종형은 나이 아흔에 가까운데 편도 삼십분이 걸리는 거리를 매일 출퇴근한다.  나보다 몇 살 위인 매제도 아직 교편을 잡고 있다.  한국에서는 조금만 나이 들어도 자리에서 밀려 난다고 한다.  이것은 슬픈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찍부터 오랫동안 일 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계획해야하고 남의 생각으로 인해 내 인생이 좌우 되지 않도록 자신의 주관데로 소신껏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주위에는 그렇게 사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나이가 얼마라야 늙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은 단지 자기가 늙은이로 불리우고 싶을 때 늙은이 행세를 하면 된다.  그렇지 않은 동안은 늘 젊게 살고 늙음과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니겠는지?

=====================================================================================

무문사 [Mumunsa] 로그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