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인

2012.03.22 22:34

mumunsaadmin 조회 수:18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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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213
제목 : 중국 상인
이름 : 각산()
등록일 : 2008년 02월 04일    조회수 :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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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인들의 상술은 세계에서도 유명하다.  돈 버는 재주가 유태인 버금가는 백성 이 아닐까한다.  중국의 상품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아는 바이다.  중국을 여행 하면서 필자가 겪은 이야기를 통해 중국 상인들의 대단한 집착력을 다시금 음미하고자 한다.

중국에는 물가가 싸고 하니 이번 중국여행에서 꼭 사려고 마음먹은 것이 있었다.  미국에도 중국 물건이 많이 들어 와 있으니 중국 까지 가지 않아도 살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본토에서 생산되는 물건을 아주 싼값에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고 싶은 것은 색 안경과 돋보기안경 그리고 소위 짝퉁 이라고 하는  금 딱지 Rolex 시계였다.

중국 황주의 서호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서호는 중국의 10대 명승지 중에 하나로 그 아름다움은 당대 절세미인 서시(西施)에 비교되어 일명 서호(西湖) 라고 불리게 되었다 한다.  그리고 이 서호는 당나라 시인 백거이(백낙천)와 북송 시대의 소동파 가 즐겨 노닐던 곳으로도 유명하고 이 서호를 주제로 한 시도 많이 쓰여 졌다.  이곳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니 바로 장사치들이 달라붙는다.  겨우 다 쫒아 버렸는데 유독 안경장수 하나가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그래도 억지로 때어 버리고 호수 구경을 하러 갔다.  호수를 배로 한바퀴 돌고나서 버스로 돌아오는데 좀 전에 그 안경 파는 사람이 또 달라붙는다.  나는 잠시 잊고 있었는데 그 사람은 내가 다시 버스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결국 귀찮은 생각으로 어차피 사려던 것이었기에 돋보기안경 하나와 색안경 하나를 샀다. 미국에도 Dollar Store에 가면 살 수 있는 값으로 중국과는 값의 차이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집에도 여러 개 가지고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여기 까지 왔으니 중국 본토 것이라 특별히 샀다.  다음으로 간 곳이 같은 항주의 천당 강변에 있는 육화탑이다.  이 탑은 팔각으로 된 칠층탑으로 옛날에 오월왕 전홍숙이 천당 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970년경에 돈독한 불심으로 세운 것 이다.  탑을 구경하고 돌아오는데 서호에서 만났던 그 안경 파는 사나이가 또 안경을 내민다.  서호에서 이미 몇 개나 사지 않았느냐고 해도 실실 웃으면서 더 팔아달라고 한다.  값은 좀 전 보다 조금 내렸다.  하도 졸라대서  몇 개를 더 샀다.  이 쯤 되면 내가 필요한 양을 훨씬 넘는 갯수 였다.

그다음엔 서호 서쪽 산기슭에 있는 영으사로 갔다.  영으사는 1700년전 인도의 승려 혜리(慧里)가 지은 절로 중국 10대 선종 사찰 중에 하나이다.  영으사를 둘러보고 버스로 돌아오는데 또 같은 안경장수가 나타났다.  이 안경장수는 그날 내가 언제 어디로 움직인다는 것을 다 알고 있던 것 같다.  아마 버스기사에게 자세한 행선지과 시간까지 알아 두었는지도 모른다.  파는 물건은 다른 것 아닌 색 안경과 돋보기뿐이다. 벌써 두 번이나 팔아 줬는데도 어찌나 끈질기게 따라 다니는지 저절로 감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필요이상으로 안경들을 구입했는데 더 이상 필요 없다 해도 들은 척도 않고 마구 사라고 졸라댄다.  이 사람은 내가 아무리 많은 안경을 구입해도 또 쓸 곳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물건들이 내게는 더욱 더 필요로 하고 자기 물건의 값이나 품질을 알아주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이쯤 되면 그 안경이 필요 하고 안하고가 문제가 아니다.  물건을 더 팔 수 있을 거라는 신념과 필요는 없지만 더 팔아 주고 싶어 하는 두 사람간의 감정의 소통인 것이다. 물론 그중에 몇 개는 필요 하다고 생각 되는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다.  참으로 특이한 것은 내가 그 사람 눈에는 자기 물건을 더 팔아 줄 것이라고 믿는 신념과 그에 따른 집착이다.  그리 편리하지 않은 교통을 이용해서 시간 맞춰 따라다닌 것이 얼마나 신기 한지 모르겠다.  이러한 신념과 끈기라면 이 사람은 앞으로 무엇을 하든 성공 할 것이라고 믿는다.  어찌하여 거리에서 안경을 파는 장사치가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오래지 않아 그도 버젓한 장사꾼이 되리라 기대해 본다.

그리고 같은 황주의 황산으로 가기 전에 툰시라는 마을 있다.  이곳에는 라오제 라는 옛 상점들이 있는 골목길이 있다.  이곳은 붓글씨나 동양화를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붓과 벼루와 종이 등을 파는 상점들로 아주 유명 한 곳이다.  식사를 하기 전에 잠시 짝퉁 물건을 파는 가게에 들렀다.  중국에는 가짜 물건을 너무 많이 팔아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으며 정부에서 어느 정도는 단속을 하는 모양이다.   짝퉁을 전문으로 파는 가게는 간판을 내걸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그 가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짝퉁에는 보통 짝퉁과 특급 짝퉁이 있는데, 보통 짝퉁은 거리의 상점에서 싼 값으로 많이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특급 짝퉁은 노출 되지 않은 상점에 가야 있고 물건도 고급이며 여간해서 진짜와 구별이 되지 않고 값도 아주 비쌌다.  우리가 갔던 이 특급 짝퉁 상점은 고급 명품의 모조품들인데 세계의 유명한 명품은 없는 것이 없었다.  시계에서부터 여자들의 가방, 골프클럽 까지 다 있었다.  물론 진품보다는 값이 훨씬 싸다지만 그래도 만만치 않은 값을 부른다.  이 짝퉁 시장은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는데 중국 같이 심 한 곳은 없다.  그리고 이 모조품들이 전 세계시장으로 퍼져 나간 것을 우리는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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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짝퉁 Rolex 시계를 사기로 마음먹은 터라 값은 물론 진품 Rolex의 100분의 1도 되지 않으니 비싸고 싸고 실랑이할 것도 없다.  길거리에서도 파는 싸구려 짝퉁 시계를 가지고 팔러 다니는 사람이 있는데 한 개에 15불 정도에 팔고 다닌다.  너무 싸구려다 보니 장난감 같은 생각이 들어 마음에 놓이지 않는다.  그런 것 들은 미국에 도착 하기도전에 벌써 고장이 난다고들 한다.  그러나 이 특급 짝퉁 가게에서 파는 물건들은 전문가가 아니면 진품과 외관상으로는 구별하기 힘들다.  비록 진품은 아니지만 진품과 같거나 더 좋은 물건을 만들려고  애쓴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내가 구입한 이 짝퉁 금딱지 Rolex 시계도 외관상으로는 진짜와 조금도 손색이 없고 시계 줄은  진짜보다 더 좋은 것 같다.  미국에 돌아 온 후로도 이 시계는 잘 가고 있으며 보는 사람들도 짝퉁 인지를 모르겠단다.  나는 진품 Rolex는 잘 모셔 놓고 늘 이것만 차고 다닌다.  스위스제가 아니고 중국제 이지만 성능도 떨어지는 것 같지 않고 값에 비해서 아주 괜찮은 물건이다 싶다.

이제까지의 중국제 물건이 조잡하고 형편없는 것들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일면을 볼 때 일보 발전 하는 중국이 짝퉁이 아닌 경쟁력 있는 버젓한 상품을 내 놓을 수 있는 날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다.  중국의 상인은 돈이 된다면 뭐든지 한다는 집념이 있다.  하기야 현대 중국에서 공자 왈 맹자 왈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따라서 흔히 말하는 동양의 도덕관이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다.  그래도 아직까지 조금이나마 그 흉내라도 내고 있는 곳은 동양에서는 한국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인사 잘 하고 예의 바르다고 생각하는 일본도 유교가 대중화 해 본 일이 없다.  중국에는 우리와는 다른 도덕관이 있어 짝퉁을 만들어 팔아도 그게 잘못이라고 느끼지 못한다.  다만 정부에서 금지 하니 그저 지키는 척 할 뿐이다.  그러나 중국 사람들의 상도덕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신의를 중요시 하고 그것이 오래 갈수록 두터워진다.  오늘 만나 오늘 헤어지는 그런 사람사이에서는 해당이 안 된다.  신의라는 것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시간을 오래두고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느끼는 바가 하나 있다. 물건을 팔고 사고 하는 것이 상품을 가운데 놓고 주거니 받거니 하는 행위 같이 생각 되지만 진정한 상거래는 상품이 주가 아니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믿음과 동정의 거래인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을 옛날 일본의 농촌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다.  동네에 한 가게가 있으면 시골 주민 들은 물건의 값의 고하를 따지지 않는다.  서로 믿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가지고 간다.  외상거래는 물론이고 돈을 갚을 때까지 수금도 안한다. 돈이 생기면 가게 앞을 지나는 길에  갚고 간다.  물론 거래는 할아버지 때부터 손자 때까지 계속된다.  이것은 믿음의 사회이고 장사 하는 사람은 동네 사람들을 위해 늘 봉사하는 마음으로 동네 사람들에게 갖은 편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서로 배반 하지 아니한다.  이것으로 사람과 사람의 인간관계가 진정한 상거래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 된다.

중국에는 가짜 상품이 너무나 많다.  짝퉁을 만들어서라도 돈을 벌어야겠다는 것이 근대중국의 신조이다.  그리고 아직도 공산주의지만 신흥 부자가 너무나 많다.  공산 위정자들은 돈을 버는 사람들을 옹호하고 보호해준다.  그래서 그 번 돈의 일부를 정부에서 운영토록 한다.  공산당은 돈을 버는 기관이 아니고 벌어다 주는 돈으로 나라를 먹여 살린다.  그러니 당과 장사를 하는 사람들과는 공생의 관계에 있다.  그래서 기업하는 사람도 부자고 정부도 부자다.  항주에 가면 돈 많은 사람이 자기가 부자임을 표시하는 집들이 많다.  부자 집은 지붕 위에 작은 철탑 같은 것을 세워 그 것을 표시 한다. 
 
현재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과도기적인 것이고 모든 것이 차차로 정리되어 가고 있으며 멀지 않아 버젓한 세계의 중요한 몫을 차지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진짜 상품으로 믿고 거래하는 상도덕이 성행 하는 날이 오래지 않아 올 것이다 . 중국은 지금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지금의 농촌지역은 10년 전 방문 했을 때보다 너무나 많이 달라졌다.  그 거대한 나라가 기지게를 켜기 시작 했으니 완전히 깨어 났을 때는 세계의 판도가 완전히 바꾸어 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 힘은 중국상인들의 신념과 끈기와 또한 인내와 굴욕을 견디며 기적의 만리장성을 건축했던 조상들의 그 피가 후손들에게 아직도 흐르고 있기 때문 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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