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와 손자

2012.03.22 22:06

mumunsaadmin 조회 수:17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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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113
제목 : 할아버지 와 손자
이름 : 각 산()
등록일 : 2004년 12월 04일    조회수 :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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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손자

우리는(여기에서 우리 혹은 할아버지라 함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함께 부르는 말이다)  내년 봄 까지는 아홉명의  손자손녀를 갖게 된다

자식을 여럿 키우면서 어지간히 야단을 쳤다. 특히 학교 성적이 만족 하지 못 할 때는 더욱 그랬다. 이유 인즉 내가 어릴 때 는 우리 모친이 나에게 공부 못 한다고 야단 친  일은 없다.  초등 학교에서 부터 대학에 이를때 까지 항상 공부를 잘했으며 학교에서 공부 잘해서 주는 상은 항상 빼 놓지 않고 받아왔다,
그런데 우리 모친은 그런 것들을 별로  반가워 하지 아니했다. 차라리 씩씩하게 아이들의 골목대장 노릇하는 것을 더 바란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줄곧 반장만 했는데 그것만은 흡족하게 생각 하신 것같다. 책을 방에 즐비하게 널어 놓으면 밖에서 들어 오시다가 책을 밖으로 내어 던지시곤 했다.  이렇게 공부하는 것을 장려 하지 아니하여도 공부를 잘했는데 내가 아이들을 기를때는 아이들의 성적이 떨어지면  야단부터 치곤했다. 공부를 순조롭게 잘 할때는 당연한 것으로 여길 뿐 별로 상을 주거나 크게 즐거운 표시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손자들에게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손자들이 공부 못 한다고 애태우는 법은 없다, 그러나 그놈들이 올-A를 받으면 아이들의  어멈이 할아버지에게 성적표를 내 밀곤 한다,  자기가 야단 맞던 생각이 나서 할아버지에게 자랑을 하고 싶은 것이겠지, 그럴 때마다 손자들에게 말로만 칭찬이 아니라 우리의 주머니를 털어놓게 한다. 그래서 그것이 손자와 할아버지 사이에 관습이 되었다. 즉 “공부 못 했을 때는 야단 맞지않고 공부 잘했을 때는 상을 받는다” 그러나 손자들의 마음 속에는 상을 받는다는 것보다는 운동이나 공부를 잘하면 즐거워하는 할아버지가 계시다는 것이 머리 속에 심어진 것같다.  그래서 매번 주머니가  털리기는 하지만 그 할아버지는 털리는 양 보다는 얻는 즐거움이 더 크다.

할아버지도 그러했고 아들 딸들도 그랬지만  공부를 잘하라 해서 공부를 잘 한 사람은 없다.  다만 스스로 잘했으며 또 그렇게 스스로 마음이 움직여야 하고 그것이 머리 속에 부담없이  심어져 있어야 한다. 젊은 부모들이 아이들 공부 때문에 고민 하는 사람이 많다. 직접적으로 공부를 하라고 하는것은 공부를 하지 말라고 하는 효과 밖에 없다. 공부 잘하기를 바라는 것을 오히려 간접적인 방법으로 유도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공부를 해야하는 아이들보다 공부를 시키려고 하는 부모가 더 머리를 써서 노력을 해야 한다.

자식들은 아버지가 항상 야단만 쳤으니 만나는 것조차  달갑게 여기지는 않을지 모르나  손자들은 할아버지와의 사이에 아무거리낌이 없으니 항상 즐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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