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회 무문사 백일장 결과 발표

2012.03.22 22:11

mumunsaadmin 조회 수:17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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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136
제목 : 제 1회 무문사 백일장 결과 발표
이름 : 선행회()
등록일 : 2005년 05월 16일    조회수 :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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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무문사 연중행사 중 문화행사로 처음 시도해본 백일장이어서 기대 반 염려 반 이었습니다.  염려한대로 작품 수는 많지 않았지만, 기대한대로 모두 좋은 글들이었습니다.  상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 아닌, 정말로 생활 속에서 많은 독서와 글쓰기를 하시는 분들의 작품임이 짐작이 갔습니다.  이 점 주최 측 입장에서 작품을 내 주신 신도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 절 원로이신 처사님의 수필 [친구]는
너무 좋은 내용인지라 모두 읽어봐야 하고, 또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글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재미가 없었던 것이 작은 흠이었습니다.  친구와의 일화가 몇 가지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중견 신도이신 처사님의 시 [봄맞이]는
시를 많이 읽고 써 보신듯 한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따뜻한 봄날 시인의 외롭고 서늘한 심정을 은유로 쓰셨는데 단, 독자에게 그 내용이 와 닫지 못했던 점으로 보아 좀 어렵게 쓰신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시는 각자 처한 입장이 다르더라도 지은이의 느낌이 읽는 이에게로 전달이 되어야 좋은 작품이라네요.

  젊은 경상도 처사님의 수필 [친구를 생각하며]는
학창시절 의기투합하여 의리로 뭉쳤던 친구들 이야기를 경상도 사투리까지 써가며 아주 재미있게 쓰셨습니다.  그러나 넘치는 가능성에 노력을 안 한 학생처럼 좋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문맥과 문맥의 연결에 무리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급하게 쓰시고 검토도 안 해 보신것 같네요.  여러 번 다듬으면 좋은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젊은 보살의 수필 [부모님의 봄 이야기]는
시 어른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닮으려 애쓰는 며느리의 예쁜 심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고운 글 이었습니다.  매일 일기를 쓰듯 잔잔하게 써내려간 것이 무리는 없었으나 맛이 없다고나 할까요.  작은 실수담 하나 중간에 넣었더라면 더 생기 있는 글이 됐을 것 같습니다.
 
 연세 지긋하신 이진각행 보살님의 시 [부처님 오신 날]은
많이 써보신 솜씨는 아니었으나, 살림만 하고 살아오셨을 우리네 어머니들이 고된 살림살이 중에 틈틈이 하신 독서와 편지쓰기 등으로 어느 정도의 격식은 갖추신 작품이었습니다.  매끄럽지 않은 구성이었으나 내용만은 누가 봐도 가득 차고 넘치는 보살님의 불심이 곳곳에 느껴졌습니다.  문학적 완성도는 부족하지만 백일장에 출품하신 보살님의 열과 성으로 장원, 준장원이 아닌 장려상으로 채택하였습니다.

  영문으로 봄에 대한 산문을 쓴 두 어린이가 있었습니다.  거의 비슷한 수준의 작문이었습니다.  이다명 어린이의 봄을 표현함이 더 다양하고 화려했기에 근소한 차로 준장원에 채택되었습니다.

  서툰 한글로 봄에 대한 생각과 마음을 완전히 표현 못하는 것이 아쉬운 듯 그림과 함께 써 준 유일한 어린이의 한글 동시가 있었습니다.  글은 연결이 잘 안됐으나 봄을 느끼는 마음과 한글로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예뻤습니다.

  무구심 보살님의 수필 [봄]은
사물을 보는 작가의 눈이 예리했고, 표현도 뛰어났습니다.  손 볼 곳 없는 완벽한 문장과 문맥의 연결 등이 매끄러워 눈앞에 작가와 같은 광경을 보고 있는듯, 감동을 준 작품이었습니다.  1회 백일장의 장원으로 손색이 없다고 심사하신 모든 분들이 동의 하셨습니다.

  장원을 제외한 작품들의 수준은 거의 비슷했다고 생각됩니다.  고국을 떠난 지 오래되신 분들도 계시고 또 요즈음 세대들도 컴퓨터 사용과 스피디한 생활로 맞춤법을 많이 모릅니다.  해서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은 심사기준에서 제외시켰습니다.  주로 작가의 생각과 내용이 독자에게 어느만큼 잘 전달이 되었고 감동을 주었는지를 심사 기준으로 삼은 점 알려드립니다.
 차후 여러 회가 거듭되어 많은 작품이 모이면 무문사 문집으로 묶어 출판할 것입니다.  우선 게시판을 통해 장원 작품을 공개합니다.  앞으로 2회 백일장은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하시리라 생각되고, 1회 백일장에 작품을 내 주신 신도님 또 어린이들에게 거듭 감사드립니다.
                                                선행회 총무 대명심 씀

장원 작품

제  목  :  봄                             성명 : 윤미경 (불명 : 무구심)

  미시간의 봄은 찰나의 계절이다.
동지가 지나면 하루에 1분씩 길어진다는 낮이 그 하얗고 소복하게 눈 쌓인 겨울보다 한 시간쯤 길어졌을 때, 나는 벌써 봄을 맞을 준비를 했다.
언제던가?  아직도 밤처럼 컴컴하던 새벽 어느날,
"후루룩 쩝쩝쩝쩝  후루룩 쩝쩝쩝쩝"  하는 낯선 새소리를 들으면서 난 드디어 올해의 봄이 왔음을 알았었다.

  미국에 와서 살게된 후로 나의 눈과 귀는 상당히 밝아졌다. 
작년 봄, 집 앞의 연못 언저리에서 한 새가 때 이른 알을 낳고 눈에도 비에도 속절없이 내맡겨진채 알을 품는데 운 좋은 날은 햇살도 다사롭고 마람마저 잠들면 지켜보던 내 어깨마저 활짝 펴졌었다.  아주 가끔 하얀새끼를 놓아두고 둥지를 떠나 화려한 외출을 할때면  "그래, 니 인생도 중요해" 하며 응원하다가도 우리 이웃 누군가가 키우는 덩치 산 만한 고양이 놈이 입맛을 다실까봐 불안해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진실로 고양이가 새알을 먹는지는 알지 못한다.) 지켜 보기를 게을리 했던 며칠만에 깨어난 그들, 거무튀튀하고 볼품없는 아기새가 한결같이 어미를 쫒아 다녀도 어미는 여덟중에 좀 덜 떨어진 한 두놈을 돌아보고, 돌아보고, 했더랬다.
이렇게 내가 하루에도 몇번씩 나가보는 베란다에는 금붕어를 키우는데 한번은 다람쥐가와서 붕어밥을 열어보고는 실망해서 돌아서는 기막힌 장면을 보게 되었고, 이제는 그들을 위한 과자 몇개쯤의 대접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의무가 생긴것도, 저 낯선새 "후루룩 짭짭짭짭"의 정체가 참새보다 두배 정도의 큰 몸집에, 나뭇가지 꼭대기에만 올라 앉는 습성이 있는 빨강의 어떤 종의 철새라는 것을 알게 된것도 밝아진 눈과 귀의 덕분이었다.

  보는만큼 안다고 했던가?
작년에 이은 올 봄의 저 알까기를 보며 엄마새의 모성에 숙연하고, 마침내 깨어 날 새끼들의 분주함을 고대하며, 이 태평하고 긴 낮의 무료에 저들의 아우성을 볼 수 없었다면 내 생활은 얼마나 건조하고 답답했을까?  물 한번 준 적 없은 저 나무들도 뾰족에, 오목에, 연두에, 초록에, 노랑에, 분홍에... 물이 올라 싱그러운 모습을 보면 이건 또 웬 서어비스인가 싶어 "덤" 받는 기분이다.

  이제 일, 이 주면 이 요란법석의 찰나도 끝나고 여름에 티를 내겠지만 나는 이 짧은 순간에도 볼 것 보고, 들을 것 들었으니 마땅히 "올 봄을 즐겼노라"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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