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썰매

2012.03.22 22:27

mumunsaadmin 조회 수:17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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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187
제목 : 개 썰매
이름 : 각산()
등록일 : 2006년 12월 26일    조회수 : 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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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의 겨울은 춥고 눈이 많이 내린다.  그러나 내륙 쪽으로는 동부 해안 쪽에 비해  많이 내리 지 않는 편이다.  옛날에는 이곳에 이누엣 이라는 에스키모 족이 해변 가를 중심으로 많이 살고 있었고 교통수단으로 개썰매를  많이 이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변해서 에스키모들도 썰매를 이용하기 보다는 스노모빌을 이용 하게 되고  개썰매는 백인들의 운동용으로 그 면모를 바꾸게 되었다.

지금은 알라스카에서 일 년에 두 번의 큰 행사가 열리는데  바로 개썰매 경주다.  그 개썰매 경주의 거리는 약 2000 마일 이나  된다고 한다.  하나는 아이-대도-라이트로   안카레지 에서 놈 간이고 또 하나는 유 콘 경주라 불리는 것인데 안카레지 에서 유콘 지방 까지 달리는 것이다.  두 경주의 거리는 비슷하고 개 5 ~ 7 마리로 완주를 해야 하는데 약 2 주일이 걸린다고 한다.  여기에는 세계 각국에서 참가자들이 모여들지만 정작 원주민인 에스키모는 한 사람도 없다고 한다.  이경주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은 선수들의 경주 현황을 수시로 각 거리나 호텔에서 보도 되고 각 동네마다 축제로 북적거린다.

나는 몇 년 전 페어뱅크  교외에 살고 있는 매리라는 여자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매리는 아주 오래전에 여자로는 처음으로 이 경주에서 완주한 기록을 가진 유명한 인사이다.  이 주일 동안을 개들과 밤낮으로 그 추운 눈의 벌판을 달리는 것은 지금도 대단히 어려운 경주로 알려져 있다.  매리는 젊을 때 걸 스카우트 리더였는데, 행사가 있어 알라스카에 왔다가  이곳 경치에 반해서 대학을 졸업한 후 이곳에 와서 정착해 살고 있다고 했다.  한때는 개썰매 경주를 이해하는 남자가 있어서 결혼을 했는데 개와의 애정이 너무 지나친 아내를 계속 돌볼 수 없어 남편은 그녀를 떠나고 말았다.  그 후 매리는 페어뱅크의 교외에 통나무로 아름답게 지은 집에서 개를 열두 마리나 기르며 살고 있다.. 물론 개들은 집 밖의 양지 바른 야채 밭 아래 집이 마련되어 있었다.

매리는 오랜 개와의 생활과 개썰매의 해박한 지식으로 개에 관한 책도 쓰고 비디오 같은 것을 만들어 관광객들 에게 판매하고 있었다.  또한 개썰매 경주에 대한 강연회를 다니면서 생계를 유지 하는 것 같았다.  나도 책과 비디오를 사서 보았는데 그 내용을 보면 사람과 개들의 관계를 참으로 재미있게 묘사 해 놓았다.  개의 집을 돌아보며 사람들이 어떤 개에게는 관심을 보이고 어떤 개는 지나쳐 버리게 된다.  관심을 받지 못한 개는 사람들처럼 질투를 하거나  슬퍼하는 태도를 보인다.  사람들은 더러는 감정을 감추고 어떤 때는 즐거워도 웃지 않거나 슬퍼도 겉으로 나타내지 않는다.  그러나 개들은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곳에서 경험 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의 감정이 적나라했을 때 개들의 감정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이 개들을 통해서 이해 할 수 있다.  어린 아이들 때는 그렇지 않지만 어른이 되면 너무 많은 것을 숨기고 살기 때문에 속내를 얼굴에 잘 나타내지 않은 경우가 많아 그 속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개들은 정도 많고 그것을 곧잘 겉으로 표현한다. 자신의 주인에게는 목숨을 걸고 충성한다.  매리는 이제 경주에는 참가 하지 않지만 겨울동안 가끔 개썰매를 타고 캠핑을 간다고 한다.  개를 많이는 데리고 가지 못하고 다섯 마리 정도 썰매에 매고 가는데 여기에 선발된 개들의 기뻐 짖는 소리와 선발 되지 못해 남게 된 개들의  울음은 가관이라고 한다.  썰매를 처음 출발 할 때는 같이 동행 하게 된 개들의 기쁨은 말 할 수 없다고 한다.  어쩌다  실수를 해서  출발 시에 실수로 썰매에서 떨어진 적이 있는데 개들은 그것도 모르고 몇 마일 을 달린 뒤  주인이 없어진 것을 알고  주인을 찾아 되돌아 왔다고 한다.

개를 길러 본 사람은 알지만 개와 사람간의 정이란 보통 깊은 것 이 아니다.  개가 주인을 반기는 것은 참으로 가상 하다.  여간해서 배반 하지 않는다.  개가 사람보다 얼마나 정이 많은지 길러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한편 요즈음 세상은 개 보다 못한 사람이 많다.  사람의 탈을 쓰고 있을 뿐 인간성이 결여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 개는 비록 동물의 탈을 쓰고는 있지만 사람보다  인정 많고 충실한  동물이다.  아마 명이 다해 윤회를 한다면  죽어서 개가 될 사람이 많을 것이고 반면에 죽어서 사람이 될 개가 적지 아니할 것이라 생각한다.

썰매를 끄는 개와 사람의 관계는 너무나 밀접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보기 드문 관계라는 것을 알고 참으로 놀랐다.  춥고 험한 눈 위를 그렇게 장시간 동안 달리는 경주에서는 때론 생명의 위협까지 따른다.  매리가 이 운동을 즐겨 하는 동기를 조금은 이해 할 것 같다.  그만큼 사람은 정이 얼마나 중요하고 정이 있는 곳이면 한 평생을 바쳐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곳에 와서 자기 눈으로 실제 사람과 개의 관계를 목격 하는 것도 뜻있는 일 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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