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가게

2012.03.22 22:26

mumunsaadmin 조회 수:17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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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181
제목 : 쌀 가게
이름 : 각산()
등록일 : 2006년 10월 15일    조회수 :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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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부부는 오래전 일본 이바라기 현  도까이 무라 (촌)에 이 년 정도 산 적이 있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주식은 쌀이다.  시장에 가서 이런 저런 찬거리를 사올 수는 있으나 쌀과 생선 그리고 육류들은 작은 마을 안에 따로 전문점이 있어 한 종류씩만 팔았다.  이 가게들은 선대부터 대대로 내려오면서 이 동네에서 없으면 안 될 필수 가게이고 경쟁가게도 없고 단 한 상점이 동네에 필요한  전량을 공급했다.

  가게주인은 양심적이었으며 동네 사람들이 그들을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전화로 주문을 하면 필요한 양의 쌀 과생선 그리고 고기들을 배달 해줬다.  퇴근 할 때 가게에 둘러서 생선이며 고기류는 골라 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쌀은 고를 것이 없고 그냥 전화로 주문할 무게만 얘기하면 되었었다.  우리는 처음에 이 동네에 살면서 그런 일들이 익숙하지 않아 실수 아닌 실수도 한 적이 있었다.  언젠가는 쌀을 한 포대 주문  해서 먹었는데 그걸 다 먹기까지 달포 이상이 걸렸고,  또 주문을 해야 하는 데 돈을 받으러 오지 않는 것 이었다.  하도 이상해서 가게를 찾아가 “왜 한 달이 넘었는데 쌀값을 받으러 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 주인 대답인즉 “이 동네에서는 외상 청구를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쌀가게가 이 동네에 한 곳밖에 없으니 계속 밥을 해 먹으려면  멀리 도망가지 않는 한 쌀값을 가지고 오지 않겠느냐”는 말이었다.  우리처럼 외부에서 새로 이사 온 사람에게도 똑 같이 적용되느냐 했더니 자기들은 동네 사람이 다 단골손님이고 달리 어떻게 손님을 취급해야 하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이 동네 사람이면 아무도 의심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 보고  “그 동안 이사는 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이 동네 사람들은 대대로 이곳에서 살아왔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람이 많지 않았으며 서로 얼굴을 다 아는 사이라 신용 외에는 별달리 방법이 없는 것 같았다.  물론 사람들이 다 착하고 순진한 사람들이며 하루 새끼 밥 먹는데 별 불편이 없는 사람들이었기에 특별히 말썽이 없는 동네이기도해서 그렇게 오랜 세월 관습이 되었던 것 같다.  지금은 세상이 변해서 그곳도 어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내 생각엔 아마도 큰 변화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이 작은 사실이 아무렇지도 않는 사건 같아 보이나 지금 생각하면 나에게는 큰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 신용만 가지고 살수 있다면 얼마나 푸근한 사회가 될까 ?  오늘의 모든 불안과 무질서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약아져서 인 것 같다.  동물들은 배가 부르면 더 욕심을 내지 않고 내일을 걱정 하지 않는다.  그저 만족 할 뿐이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 하면 된다.  그러나 사람은 지능이 발달되어가면서 자기 배가 불러도 만족 하지 않고 더 많은 자기 몫을 차지하려고 한다.  그것은 세상의 모든 것은 한정되어 있으니 자기가 많은 몫을 챙기지 않으면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을 해치거나 불편 하게 하면서까지 끝없이 욕심을 내는 것이다.  이런 욕심들이 사회나 국가를 나아가 온 세상을 어지럽게 만든다. 그리고 경쟁에 이기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은 사회의 낙오자로 전락 한다.

  옛날 일본의 사무라이 시대는 하나의 공동 사회였다.  아무리 많아도 혼자 먹을 수 없는 시대가 있었다.  서로 나눠 먹으며 다른 마을로부터 침략이 빈번  했기 때문에 서로  아직도 살아 있음을 본다.  일본이 지금 그만큼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가 된 데에는 선조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그 ‘무라(동네)정신’이 큰 주춧돌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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