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황산과 멕시고 해변

2012.03.22 22:34

mumunsaadmin 조회 수:17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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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211
제목 : 중국 황산과 멕시고 해변
이름 : 각 산()
등록일 : 2007년 11월 19일    조회수 :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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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황산과 멕시코 어촌

중국의 황산과 멕시코의 어촌은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전혀 상관되는 일이 없다.  그러나 사람 사는 모습이나 인간이기에 느끼는 점은 서로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인간의 아름다운 정에 관해서 그 두 나라에서 보고 느낀 이야기이다. 

얼마 전에 중국의 여러 곳을 여행했는데 그 중 황산에서의 일이다.  중국 안후이 성 남동쪽에 있는 황산은 10대 관광지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으로 1990년에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기송과 기암괴석, 운해가 조화를 이루는 황산의 풍경은 지상 최고의 절경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높디높은 산봉우리들은 케이블카로 연결 되어 있지만 그래도 많은 길들은 돌계단으로 걸어서 오르내려야 한다.  많은 길들이 수천 혹은 수 만개의 돌계단으로 연결 되어 있는 것 같다.  높은 산 위에는 서해반점이나 북해반점 같은 호텔이 있기는 하지만 차로 갈 수 있는 곳은 하나도 없다.  케이블카로 필요한 물자나 짐을 나르는데 케이블카가 목적지 까지 가는 것이 아니므로 나머지 많은 거리는 돌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호텔에서 쓰는 모든 물자를 걸어서 사람이 직접 어깨에 메고 날라야해야 한다.  호텔을 방문하는 손님들도 예외일 수 없다.

아무 짐 없이 맨손으로 돌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얼마나 힘 드는 일인지 모른다.  한 시간 두 시간 걷다보면 숨이 찬다.  황산의 돌계단은 참으로 대단하다.  그 높은 산봉우리로 오르는 길마다 돌로 깎아 만든 돌계단이 놓여 있다.  한국의 산이나 유럽과 산봉우리에서는 이 황산 같이 돌계단으로 연결 해놓는 곳을 못 봤다.  만리장성을 쌓은 후예들이라 이 정도는 누워 떡 먹기였을지도 모른다.  기계문명이 아무리 발달한 현대라 할지라도 이런 공사는 사람이 직접 그 높은 산길을 걸어 다니며 돌과 필요한 재료들을 운반 해야 한다.  물론 밀거나 끄는 장비도 있을 수 없다.  사람의 어깨가 유일한 도구일 뿐이다.  아마  요즈음에는 공사용 헬리콥터가 있을 수 있지만 인구가 많은 중국에서는 아직도 사람의 힘으로 해결을 한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중국의 만리장성을 쌓았을 때도 그랬으리라  생각된다.  돌계단을 오르내리면서 그 많은 사람들의 수고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진행 중인 연화봉의 황산 기상대 공사도 모든 물자를 어깨에 메고 운반하고 있다.  이번 여행 때 돌계단을 오르내리며 무거운 짐을 나르는 일군들을 만나게 됐다.  물론 열 계단조차도 한번에 오르지 못해 쉬어가며 올라오는 광경은 참으로 안타깝다. 그럴 때마다 그들이 방해 받지 않고 지나 갈 수 있도록 행인들은 길을 비켜주어야 한다.  이런 일은 현대 중국과 같이 인구가 많고 공산주의인 국가 에서만 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그 연화봉 정상에서 내려오다가 진풍경을 목격했다.  옆에 같이 내려가던 한 부인이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하면서 탄복을 한다.  인부들이 보통 한 번에 넉 장의 돌판을 짊어지고 운반을 하는데 한 남자 인부가 돌판 여섯 장을 매고 올라온다.  그 뒤에 돌판 두장을 메고 따라오는 여인이 있었다. 돌판 하나에 대략 20킬로그램은 될 것 같다.  두개를 나르면 40킬로그램,  여섯 개를 나르면 120킬로그램이나 된다.  올라오는 도중에 그 남자는 여자의 돌판 두 장을 자기 짐에 더 보태고 여자의 짐을 덜어 준 것이다.  그리고 돌판을 부려 놓아야 하는 지점에 가까워서는 짐을 도로 돌려 줄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야 그 여자도 같은 노임을 받게 될 터이니 말이다.  몇 발걸음 걷고, 쉬고를 거듭하면서 산을 오르내리면 하루에 두 번 많아야 세 번 밖에 왕복 못 할 것으로 생각 된다.  지나가던 부인 왈 “이 남자와 어떤 관계(부부나 사랑 하는 사이, 혹은 단순히 아는 사이) 인지는 모르지만  이것이 서로 아끼고 생각하며 자기를 희생하는 사랑이 아니겠느냐”며 눈물을 닦는다.  남의 짐을 대신 짊어지고 간다는 것은 별 대단한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지금의 경우는 다르다.  돌판 넉 장을 짊어지고 이 산을 오르는 것은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한계이고 힘이 남아돌아 갈 여유는 어디에도 있을 수 없다. 잠시나마  자기 몫 이외의 짐을 운반 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힘에 너무도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힘이 도대체 어디서 나는 것일까?  사랑이 아니면, 희생정신이 아니면, 깊은 정이 담기지 아니하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카메라 하나들고 산을 오르내리기도 힘이 이렇게 드는데 이 광경을 보는 순간 필자도 가슴이 뭉클했다.  이것이 한번만으로 그칠 일이 아니고 공사 기간 중에 계속 될 것이다.  이 사람은 아마 힘들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 할 것이라 생각하니 이 광경이 필자의 머리 속에서 한동안 떠나지 않을 것 같다.

또 한 이야기는 멕시코의 작은 어촌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스타파(Ixtapa) 라는 작은 도시는 원래 멕시코의 태평양 연안에 있는 한적한 어촌이다.  멕시코시티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쯤 남서쪽으로 가면 아카풀코의 북쪽 100 마일쯤 위에 위치하고 있다. 지금은 개발이 되어 휴양지로 변해 가고 있는데 바다 물이 아름답고 여행객이 아직은 별로 붐비지 않으므로 휴양지로는 아주 좋은 곳이다.  마을은 신도시와 구도시가 언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뉘어져 있는데 신도시에는 큰 호텔과 콘도들이 즐비 하게 늘어서 있고 관광객과 부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 구도시는 마치 한국의 1950 ~ 1960년대와 비슷하게 생활하고 있는 작은 어촌 마을 이다.  길거리에는 널어말려 건어물이 되어가는 생선들이 즐비하게 걸려 있고, 작은 고기잡이배들이 부두 가에 줄줄이 정박하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것 같다.

관광객 들은 신도시의 호텔에 머물면서 구도시로 구경을 가거나 식사를 하러 간다. 그곳의 풍경이란 어촌이 되어 고기잡이배가 아침저녁으로 드나들고 해변 가에는 고운 모래사장이 있어 낮에는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눈에 뜨인다.  또한 저녁에는 수평선을 무대로 펼쳐지는 일몰의 광경은 가히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도시에 살다가 이런 시골 어촌에 오면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다.  골목 마다 선물을 파는 작은 가게가 줄줄이 늘어서 있고 가게마다 멕시코의 토산품들이  즐비하게 진열 되어 있으며 그 값도 아주 싸다.  저렴한 식당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조용히 마가리타를 마실 수 있는 것 또한 이곳에서 느낄 수 있는 낭만이다.  아무튼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해지고 날씨가 맑은 날은 바다 속의 물고기들과 함께 헤엄치며 즐길 수 있다.  사람은 원래 이런 자연에서 태어났기에 자연과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어쩐지 부모님 품안 같고 고향에 돌아온 것과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하루는 구 도시에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동행들과 테이블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는데 우리 테이블 맨 끝에 한 젊은 아이가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동행의 아이는 아니 것 같아 ‘저 아이가 누구 인가’ 물었더니 이 동네 거지 아이 라는 것이다. 동냥을 왔기에 같이 앉아 식사를 함께 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 아이는 한참동안 아무 말 없이 식사를 하더니 다 먹었는지 슬그머니 자리를 떠났다.  그 또한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여행을 하면 사람들의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속내를 풀어 놓게 된다.  식당 주인의 말이 ‘이런 일은 이곳 못 사는 동네 에서는 흔히 있는 일’ 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못 산다는 것은 물질 적으로 풍족하지 못 한 것이지 사람의 마음이나 사랑이 모자란 것은 아니다.  사람의 본래 모습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체면이나 겉치레라는 가식을 다 지워 버릴 때 순박하고 아름다운 본래의  마음씨가 나타나는 것인가 보다.  인정이란 사람의 마음이 아름답고 순수 할 때 자연적으로 우러나는 현상이라고 생각 한다. 그 날 저녁 음식의 맛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기분 좋게 취할 수 있었다.

우리의 문화가 발달되고 물질이 풍족해진다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풍족 하게하고 서로의 사랑이 두터워지게 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그럴수록 인간은 더 외로워지고 인심은 각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황산이나 멕시코의 경우 둘 다 인간의 마음 저 깊이 잠재되어 있는 아름다운 면을 보여준  공통점이 있다.  그런 일들은 문명의 손길이 덜 미치는 곳, 자연과 더 가까운 곳에서 오히려 쉽게 경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우리는 많은 정과 사랑이 우리 곁에 있지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대의 물질문명의 베일 속에 가려 보지 못하는 것인지 모른다. 

자연에 가까워질수록 우리의 마음은 더 맑고 순수 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거대한 자연의 힘이 자석처럼 사람의 마음을 자연 속으로 흡수해 자연과 하나가 되게 하여 스스로 여과하고 정화되어 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여가가  있으면 산으로 강으로 떠나는 것은 알게 모르게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회기본능이 있어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하늘과 땅과 그 사이에 있는 동식물들 그리고 우리 인간이 하나 되어 조화롭게 살려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말고 순응하며 주변의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돌아보고 베풀어야 하겠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그렇게 살고자 한다면 자연으로부터의  재앙은 더 이상 없지 않을런지.  그러려면 우선 앞에 소개한 두 마을의 이야기처럼 우선 내 주변을 따뜻한 눈길로 또 손길로  감싸 안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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