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난 사형수 佛子의 詩와 기도

2012.03.22 21:42

mumunsaadmin 조회 수:17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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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22
제목 : 살아난 사형수 佛子의 詩와 기도
이름 : 오대호(hmoon15@comcast.net)
등록일 : 2003년 01월 28일    조회수 :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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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중앙신도회 웹진의 이주의 컬럼에 소개된 황수경님이 2003년 1월 23일에 올린 글입니다.

다음은 2002년 12월 무기로 감형된 사형수 불자 賢月의 시입니다. 이 시들은 그가 여전히 죽음을 대면하고 있던 지난 가을에 지은 것입니다.
특히 '작은 기도'는 그가 부처님의 삶을 생각하며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佛心의 표현입니다.


작은 기도


제가 밟는 땅과 숨쉬는 공기에서

당신의 지혜를 느끼게 하시며

마음을 아래에 두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평등심을 갖게 하소서.

다른 이와 내가 둘이 아님을 알게 하시며

세상 만물 중 작은 하나임을 가슴깊이 느끼게 하소서.

삶 속에 고통의 바다를 만날 때

당신의 고행을 생각하게 하시며

피하기 보다는 순응케 하시어

스스로 졌던 짐을 스스로 내려놓게 하소서.

걸음걸이 하나에 수많은 생명이 있음을 알게 하시고

살아있는 모든 것을 내 몸같이 아끼게 하시어

함부로 가벼이 여기지 않게 하소서

한마음 거둘 때가 오면 맑은 정신으로 그 때를 맞게 하시어

한순간 낙엽이 떨어지듯 세상에 인연이 다한 날

선한 눈매 선한 웃음으로 그 곳으로 갈 수 있게 하소서.



광 대


산다는 건 얼마나 외로운 일인가.

외롭지 않으려는 몸부림마저 외롭구나.

가슴에 댓돌 서너개 올려놓은 고통

말로 표현할 수 없으리

기억나는 모든 것은 외로움의 표현.

강물 속에 전부를 담가도

사라지지 않는 끈 하나 있으리.

장대 하나 없이 줄 위에 선 광대여,

그 대 두 볼을 타고 흐르는 외로움을 보리라.



그 곳에 그 사람이 있다



모두가 외면하는 그 곳에 그 사람이 있다.

몸도 마음도 쇠사슬에 묶여

절망의 눈물 흘릴 때,

가만히 손수건 내민 사람이 있다.

내가 어둠이었을 때 자신의 빛이 죄인양

스스로를 꺼버린 한 사람이 있다.

세상의 돌팔매에 멍든 가슴을 감출 때

자신의 가슴을 먼저 보여준 사람이 있다.

내가 삶을 낭비하여 끝을 얘기할 때

따스한 눈으로 시작임을 말해주는 한 사람이 있다.

고통 속에서 증오를 떠올릴 때

더 가까이 다가 앉는 사람이 있다.

그는 바람처럼 온다 아무런 얘기도 없이,

원래 있던 것처럼 그렇게 찾아온다.

그는 물같이 스며든다 아무런 소리도 없이.

원래 있었던 것처럼 그렇게 스며든다.

고통과 절망이 있는 곳에 그 사람이 있다.

바람이 되어 물이 되어, 그 곳에 그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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