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이여

2012.03.23 02:43

mumunsaadmin 조회 수:18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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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27
제목 : 그리운 이여
이름 : 대명심(jeongsiin@hanmail.net)
등록일 : 2003년 02월 23일    조회수 :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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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을 잔듯 했습니다.
꿈도 없던 잠을 죽은듯 자고 일어나 아침을 보려 창으로 갔습니다.
이럴 수가
내가 살던 세상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밖은 그저 무엇을 그리기 전 하얀 도화지 처럼 창백하게 숨죽이고 있었습니다.
이 지구에, 아니면 이 미국의 미시간에 오직 나만 남은 건 아닌지
아, 다행히 옆자리에 자던 남편은 그 얼굴 그대로 아직 곤히 자고 있네요.
지금 몇넌 몇월일까 떨리는 마음으로  TV를 켰습니다.
알 수 없는 말로 외계인들이 커다란 지도를 가리키고 있네요.
아마도 자기네가 차지한 땅들을 보여주고 있나 봅니다.
외계인들도 우리처럼 눈 둘, 코 하나, 입 하나가 있고, 우리처럼 동작합니다.
검은 머리 검은 피부의 여자와 하얀 머리 하얀 피부의 남자가 몇 군데 마을을 보여줍니다.
거기도 다 사라졌는지 아무것도 없는 하얀 화면
그런데 TV속 날짜가...   날짜가 오늘이네요.
밖에서 시끄러운 기계음이 들립니다.
반가움에 창으로 달려가 내다 보니
고마운 우리의 밥 아저씨가 눈 치우는 차로 산처럼 내린 눈을 밀어내고 있네요.
조금씩 나타나는 길과 나무들
기계의 진동으로 나무에선 눈꽃이 쏟아져 내리고
점점 넓게 보여지는 사물들이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밤 아저씨의 눈 치우는 차는 어느새 저만치 가고
다시 하얀 고요가 내리니 어디서 두런 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눈 속에 갖힌 잔디풀들인지 솔나무 잎사귀들인지
아니면
어릴 적 함박눈 내리던 겨울밤 이불 속에서 동생과 키득거리던, 그 영혼들이 차디찬 눈 속에서 따뜻하게 만나 이승을 떠난 이야기를 하는지도.
눈 앞에 것이 사라졌다 하여 혼자 천년을 산듯 생각한것도 그 잘난 오만이 아니었는지.
눈 속에 길을 내어 무문사에나 다녀올까 합니다.
도반도 없는 미국 생활에 외로운 우리 석도만 스님
간밤에 잘 주무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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